대강포스터제 2024, 해야 - 마그마

‘대강포스터제’라는 이름 아래

2024년 가을, 제3회 대강포스터제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이 전시의 성격과 취지를 이미 잘 알고 있었고, 1980~90년대 대학가요제 수상곡 중 한 곡을 골라 지금의 시선으로 포스터를 재해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로 참여할 수 있었고, 노래를 저만의 방식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업은 상업 프로젝트도 아니고, 클라이언트도 없으며, 정해진 결과물의 기준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마주한 자유로운 창작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고민없이, 해야

선택할 수 있는 곡 리스트는 제법 많았지만, 마그마의 〈해야〉를 듣자마자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 곡이 40년도 넘은 음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감정의 밀도가 매우 직접적이었고, 무언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듯한 젊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젊음의 열정’이라는 주제 자체가, 제가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빈지노의 ‘Always Awake’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죠. 요즘 제 삶의 리듬과도 묘하게 맞물려 있었기에, 이 곡을 선택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연출 방식

곡은 빠르게 정했지만, 시각적 해석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의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가사를 한글 레터링으로 풀어볼지, 80년대 감성을 살려 전부 아날로그 페인팅으로 갈지, 아니면 Midjourney나 Firefly를 활용해 전부 AI 이미지로 제작할지 등 선택지가 다양했습니다. 그러다 ‘대학가요제라는 과거의 언어를 2024년의 도구로 다시 조합한다’는 관점이 잡히면서, 아날로그 회화와 생성형 AI의 병치라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미지는 테스트 과정)

  • 주제: 해
  • 구성: 손으로 그린 해 위에 겹쳐지는 한글 레터링
  • 방식: 아크릴 페인팅 + Adobe Firefly Image 3 기반의 AI 이미지
  • 핵심은 단순 혼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시각 언어가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물감으로

기획이 정리되자바로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30호 캔버스를 주문하고 가까운 화방에 들어갔습니다. 평소에도 드로잉은 종종 하지만, 물감으로 ‘포스터를 그린다’는 선택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림을 완성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후 디지털이 얹힐 구조까지 고려한 회화로 접근했습니다. 화면의 중심은 물성으로 구축하되, 타이포그래피와 AI 레이어가 올라올 여지를 남겨두는 설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 – 회화 위에 AI를 얹다

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Firefly를 켜는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들이 나타났습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텍스처와 그래픽이 회화를 보완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주었고, 아날로그 작업이 더 ‘살아 있는’ 화면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손으로 그린 해 위에 AI 그래픽이 어떻게 병치되었는지, 그 안에서 어떤 균형과 긴장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실험이 영상까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날로그 페인팅과 생성형 AI가 만나 벌어진, 스튜디오두꺼비의 AI 실험 (2/2)

스튜디오두꺼비 | 이경철

‘대강포스터제’라는 이름 아래

2024년 가을, 제3회 대강포스터제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이 전시의 성격과 취지를 이미 잘 알고 있었고, 1980~90년대 대학가요제 수상곡 중 한 곡을 골라 지금의 시선으로 포스터를 재해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로 참여할 수 있었고, 노래를 저만의 방식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업은 상업 프로젝트도 아니고, 클라이언트도 없으며, 정해진 결과물의 기준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마주한 자유로운 창작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고민없이, 해야

선택할 수 있는 곡 리스트는 제법 많았지만, 마그마의 〈해야〉를 듣자마자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 곡이 40년도 넘은 음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감정의 밀도가 매우 직접적이었고, 무언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듯한 젊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젊음의 열정’이라는 주제 자체가, 제가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빈지노의 ‘Always Awake’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죠. 요즘 제 삶의 리듬과도 묘하게 맞물려 있었기에, 이 곡을 선택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연출 방식

곡은 빠르게 정했지만, 시각적 해석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의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가사를 한글 레터링으로 풀어볼지, 80년대 감성을 살려 전부 아날로그 페인팅으로 갈지, 아니면 Midjourney나 Firefly를 활용해 전부 AI 이미지로 제작할지 등 선택지가 다양했습니다. 그러다 ‘대학가요제라는 과거의 언어를 2024년의 도구로 다시 조합한다’는 관점이 잡히면서, 아날로그 회화와 생성형 AI의 병치라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미지는 테스트 과정)

  • 주제: 해
  • 구성: 손으로 그린 해 위에 겹쳐지는 한글 레터링
  • 방식: 아크릴 페인팅 + Adobe Firefly Image 3 기반의 AI 이미지
  • 핵심은 단순 혼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시각 언어가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물감으로

기획이 정리되자바로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30호 캔버스를 주문하고 가까운 화방에 들어갔습니다. 평소에도 드로잉은 종종 하지만, 물감으로 ‘포스터를 그린다’는 선택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림을 완성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후 디지털이 얹힐 구조까지 고려한 회화로 접근했습니다. 화면의 중심은 물성으로 구축하되, 타이포그래피와 AI 레이어가 올라올 여지를 남겨두는 설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 – 회화 위에 AI를 얹다

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Firefly를 켜는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들이 나타났습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텍스처와 그래픽이 회화를 보완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주었고, 아날로그 작업이 더 ‘살아 있는’ 화면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손으로 그린 해 위에 AI 그래픽이 어떻게 병치되었는지, 그 안에서 어떤 균형과 긴장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실험이 영상까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Copyright 2025 (주)스튜디오두꺼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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